국개론이 아니라, 정치 불신

그랜드 바겐으로 삽질하고 감세하면서 빚내고 대운하 파는 대통령 지지도가 50%를 넘었다는 쇼킹한 뉴스(설문조사를 어떻게 했던지간에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변함없다)에 답하는

박노자의 칼럼

나름 날카로운 비평이라고 본다. 부동산과 이념으로 대표되는 두집단의 지지를 끌어대어 지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

우리나라 국민의 상당수가 "중도보수"라고 하고,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어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을 "중도보수"라는 말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불신층이라는 말로 불러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이 집권한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어찌되었든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경제적 이익을 주겠다고 약속해서 된 것이 아니었던가. 현재 이명박 지지율이 상승하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것은 주식이 오르고 집값이 올라서 그런거 아닌가.
당장 나에게 돈주는 사람은 우리편, 내돈 뺏어가는 사람은 나쁜놈. 간단한 논리다.

돈을 공정하게 걷어서 못가진자에게 주고 사회 복지를 이루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겠다는 공약에는 관심이 없다. 이명박이 그토록 집요하게 도덕성 공격을 받았는데,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그것들이 무고한 것이라고 볼까? 아니다. 이명박의 장관 임명이 공정하고 지금 추진하는 정책이 올바르다고 생각해서 현정부를 지지하는걸까?  아니라고 본다.

이것을 단순히 "국민이 무지해서"라고 말하는것은 옳지 않다. 무지하기 때문에 자기 코앞의 이익만 본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그런 국민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국민이 다수여서 현정부가 출범한거라고 보는건 좌파세력의 자기 합리화라고 본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밥그릇에 민감한데 이와 관련된 문제를 모르고 넘어가겠는가.



다만 그들은 정치를 믿지 않을 뿐이다.
당장 투표를 해서 훌륭한 지도자를 뽑으면 내가 잘살게 될거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 역사는 기회주의자들의 집권으로 이어져 왔고 실제로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뽑은 지도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투표를 통해 뽑은 지도자들은 그 지지를 배반해왔다.

김영삼은 지지세력을 안고 삼당합당으로 PK지역을 독재세력아 가져다 바쳤고 IMF를 불러왔다.
김대중은 소외된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신자유주의를 불러다가 서민들의 삶을 괴롭게 했고,
노무현또한 서민들의 염원을 받아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총칼로 집권했던 독재시대가 더 낫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당연히 그당시가 더 살기 어려웠지만 워낙 고성장이 이루어져 고용과 성장에 문제는 없었고 빈부격차는 더 낮았다.

결국 국민이 지지해서 집권한 세력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던 아니던 간에.



이러한 정치 불신은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낳는다.
지역감정이라는게 왜 생기는가? 전체 국가를 더 낫게 해봤자 이득이 없기 때문에 당장 자기 동네에 다리하나 놔주는 사람을 선택한다. 자기 지역당을 찍으면 나라가 망해가도 자기 동네를 발전시켜 나한테 콩고물이 떨어질거라는 기대감. IMF를 맞던 아니던 당장 자기동네 공장하나 다른곳에 옮겨가면 그것이 큰 일인 것이고 이러한 심리는 정치꾼들에 의해 쉽게 이용당한다.

노동자들이 많아지더라도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곳이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은 오르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해도 노조가 조직된 곳은 진보세력의 득표율이 올라간다는 글을 봤다. 당연한 것이다. 노조라는 정치조직을 통해서 자기 밥그릇을 채울 수 있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정치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안다. 자기를 대변해서 밥그릇 찾아주는 정치조직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비참한 노동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진보세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보수 언론으로 대표되는 프레임은 이러한 불신을 가속시킨다. 피상적으로 국회에서 싸우는 국회의원을 욕하는 기사들. 이러한 불신은 증폭되고 결국 다시 기득권 세력을 강화시킨다.

세금을 줄이고 시장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기득권층, 우파쪽은 언제나 이러한 불신주의의 수혜자이다. 정부 주도로 복지를 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좌파는 정치적 장치에 기대어서야 혜택을 줄 수 있는 반면에 우파는 정치불신을 자극하고 돈벌 수 있다는 욕망을 자극하면 되는 상황이니.



정치불신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고 올바른 정치가 국가를 얼마나 잘 이끌어나간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깨어진 신뢰라는게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권력을 쥐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하지만 이 정치 불신을 타파하지 않는 한, 아무리 올바른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진보세력에게 집권의 희망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찌하랴,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농부가 밭을 탓해서는 안되는 일인데."

by 흑설탕기사 | 2009/10/13 21:03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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