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조두순 사건

조두순 사건으로 달아오른 감정이 식을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달아오른 분노는 목적을 잃고 이리저리 치닫고 있다. 괜한 판사에다가 흘러갔다가, 엉뚱한 사람 얼굴 공개해서 인민재판하고 휘몰아친다. 여기에 그 분노를 이용하려는 이명박의 공치사를 보면 속이 안좋아지는 느낌.


저 사건에서 공분을 사는건,
"천인공노할 성범죄의 형량이 징역 12년밖에 안나왔다"라는것.

엄청나게 열받는 일이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럴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가볍게 보는 나라

성폭행/성추행/성희롱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기는 중범죄이지만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가벼운 범죄일 뿐이다. 저중에 가장 무거운 성폭력 사건을 보자. 길가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 2년에서 6년이다. 이를 개정하여 늘려서 4년에서 6년. 작년에 13세 미만 성범죄에 대한 가중치를 늘렸지만, 그래서 5년에서 7년. 강도 강간 등의 가중처벌이 되지 않는 이상, 10년 이상은 살지 않는다. 이러한 양형기준에 비추어보면 12년을 때린 판사는 자기가 할수 있는 최대한을 한것이다.
(출처:http://www.womennews.co.kr/news/38324)

여기에 성추행/성희롱은 훨씬더 가볍다. 대부분이 집행 유예로 풀려난다. 얼마전, 국대 여자농구팀 감독이 만취해서 미성년 여성 선수를 성추행 한 사건 기억하는가? 집행유예 받았다. 직장내 성희롱? 고발 자체가 되는 경우가 드물고 고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실형은 거의 없다. 겨우 벌금형정도. 심지어 공인인 국회의원이 여기자 가슴을 주물러도 벌금형이 고작이다. 그나마 회사에서 가해자에게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사건이 드러났을 때,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본다.

이렇게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가벼운것은, 애초에 성범죄 가해자의 입장에서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폭력이야 행실나쁜 여자들이나 당하는 것이고, 성추행/성희롱은 큰 범죄도 아니다"라는 인식하에 법이 만들어졌고, 이를 아직까지 개정하지 못하고 있다.

판사는 미리 정해진 법조문을, 사회 보편적인 상식으로 해석하여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다.
법조문은 국회의원이 만들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결국 위의 법집행은 국민에 의한 결과이고 저러한 일을 우리는 방조하거나 묵인해왔다. 헌데 이제와서 갑자기 왜 타인에게 분노를 내뱉는가.



그리고 그것을 가볍게 바라보는 우리안의 의식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지 아니한가? "성희롱은 남성들에게 하릴없이 딴지거는 꼴페미의 헛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많지 않은가. 여성은 열등하니, 남성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존재해야한다는 생각을 속으로 음습하게 키워내는 사람이 아직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한것은 평소에 "꿀벅지가 왜 성희롱이냐!", "내가 여성을 욕망의 해방구로 두는게 무슨 상관이냐!"를 외쳐대던 사람들도 이번 사건에서는 오히려 더 거친 분노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여성을 "내가 지켜야 할 여성/ 창녀"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그 지켜야할 여성에 피해자가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것이니.

그런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이 창녀로 바라보고 막대하는 여성은 또 누군가에게는 지켜줘야할 소중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남자들끼리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무슨 상관이냐구?

아마도 저짓을 저지른 조두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 여성은 단순히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다고, 동등한 인격체라고 생각하면 저런 짓을 저지를 수가 없다. 이렇게 여성을 대상화 시키는 것의 종착지가 성범죄이기 때문에 여성계는 그토록 따분한 소리를 지껄여대는 것이다.




형량을 무겁게 바꾸는것 좋다. 가해자를 죽도록 미워하는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 분노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더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것을 막으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분노는 결국 단순한 냄비로 끝나고 잊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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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설탕기사 | 2009/10/06 19:10 | 정치적 인간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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